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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단지 냄새]

​김근정

<산합리3>, 김근정, 금융단지, 드로잉, 2020

00:00 / 07:09

 코 킁킁이가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고요. 우리 복실이랑 같이 맡아보면 좋았겠지만 지금은 피치 못할 외부인 접촉 금지 상황이니 일단은 저 혼자만 냄새 맡기로 했습니다.

 

 일단은 불란서 to 코리아 장거리 대 이동으로 육체가 너무 피곤해서 며칠 움직이지도 못하고 쉬었습니다. 그 말은 며칠 머리도 못감았다는 말도 됩니다. 좀 넉넉히 쉬었다 싶어 일단 캐리어를 풀었고, 싹 정리된 방을 보니 개운해 져 머리도 감을 힘이 났습니다. 그리고 나는 머리를 감고 아주 비범하게 박스 언 박싱을 했지요. 머리는 축축하고 약간 졸리기도 하고 그러나 머리가 다 마를 때 까지 다시 눕지 못하니 그 시간을 알차게 써보고 싶었습니다.

 

 머리를 툴툴 털면 약간의 샴푸향이 느껴지는데, 그 향은 일단 좀 프레시하고 축축한 풀 냄새 비스무리 하게도 납니 다. 자 일단 그상태에서 박스를 열었고, 박스를 열었는데 아니 이 코를 찌르는 인공 라일락 비스무리한 향 더하기 꾸꾸리 냄새는 무엇일까………요. 안내서는 매끈매끈하고 향이 담기지도 못할 매끈함인데 깨끗한 종이 향과 꾸 꾸리가 났습니다. 근데 이 코를 스치는 꾸리꾸리한 냄새의 정체를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좀 일단 거리를 두고 향을 맡아 볼까하는데 아니 나 도저히 안되겠습니다. 나한텐 너무 강하네요.

 

 뽁뽁이를 뽁뽁열고 투명한 유리병을 발견했고요. 글을 따라 습습쉭 맡는데, 바로 펜을 들어 적었습니다. 이 공기에 서 나는 냄새는 은행냄새가 분명합니다!!!!!! 이 은행은 내가 어릴적 처음 통장 만들어 아주 가끔 돈 넣으러 갔던 문 경시 농암면에 있는 농협 냄새요!!! 일단 특징은 컴퓨터 발열이 많이 되고 오래된 가구에서 나는 먼지 냄새가 나고 요. 여러 스킨 향수 냄새 짬뽕되어 창문 없는 곳 안에서 돌고 도는 냄새랑 비슷 했어요…..

 

 넥스트 넥스트 빨리 넘어 갔습니다. 향을 놓치기 싫어서. 넥타이를 못매서 대충걸치고 거울을 봤습니다. 어머 이 꼴은 너무 미스미스매치 거울을 마주하는 내가 좀 부끄러웠습니다. 나 왠지 셔츠입고 머리 젤발라서 깔끔하게 넘 기고 싶어요. 그러면 살결에 닿는 셔츠의 시원한 느낌 그리고 피부에 닿는 바람 불어와 나 당당한 여성인것 같다고요.

 

 이 향수 굉장히 진합니다. 내가 향수를 싫어하는 이유는 머리가 아파서인데 주유소 들리면 나는 석유냄새와 결이 같습니다. 왜 유독 이 향이 나는 사람을 내가 만나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은… 넥타이와 진한 향수가 만들어낸 내 선입견일 것입니다. 근데 여튼 저는 진한 향수를 힘들어해요… 나는 바람 향이 좋아여. 무색무취 근데 깨끗한 향이오. 이건 제 취향일 뿐입니다…… 근데 나 어쩌다 면세에서 향수 하나 샀는데 이거 뿌리는거 왜 까먹냐…

 

 살충제와 믹스커피를 혼동했습니다. 살충제는 근데 솔직히 열어 볼 수가 없었어요.. 오랜 시간 내가 나가 있는 사 이 이 향은 처음의 상태를 잃었습니다. 아쉽지만 뭐 어떻게 할 수 가 없었어요. 엔트로피가 증가함에 따라 이 향은 무수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고 내가 맡은 이 향은 어느 산란하고 복잡하고 퀘퀘하게 머무르다 본질을 잃은 향이 었고. 즉 나는 이 향 맡기를 본능적으로 거부했고, 그렇지만 이 상황은 내게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제 체험은 여 기서 중단하지만, 직접 가까이서 맡아보지 않아 남은 궁금증, 두려움이 남아 생경하게 기억 되어요. 근데 정말 코 를 찌르더군요.. 이거 분명 썩는 냄새인데…. 무엇이 썩었을까요.

 

 믹스커피에서는 넥타이에서 맡은 진한 향수향이 깊에 배어 있었오. 그렇지만 종이 포장재의 따뜻한 종이향이 좋았 고 믹스의 바스락 거리는 이 느낌도 좋았습니다. 머리가 어느정도 말라가니 내 집중력이 흐려집니다. 아니 방안 가득한 향수향에 내 머리가 아픈것일까요. 솔직히 믹스커피는 제가 금연하는 중이라 이것 또한 실행하지 못했습니 다. 제가 백일을 훌쩍넘겨 금연을 하고 공부하러 불란서 갔습니다. 그곳에 있는 한달동안 잘 참았고 그럴줄 알았습 니다. 그러나 유교걸 부모님 집에 들어오기 전 열흘간 불란서에서 마지막 자유의 연기를 맡았기에… 그러면 나 금 연한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 기간이라 믹스커피는 치명타입니다. 그래서 저는 겉 봉지 냄새만 킁킁 거리고 그러다 썩는 코 찌르찌르 냄새에 멀리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살충제는 저희집 땅에 엄마가 대신 묻어줬고요, 넥타이는 유리병안에 밀봉 되었고, 미안하지만 믹스커피와 담배는 일회용 종량제 봉투에 들어갔습니다.

 

 추가 코 찌르르 에피소드. 2009년에 우리집 감자 가정분양 통해서 입양 되었어요. 카페에 글보고 찾아 갔는데, 배 달전문 족발집이었고 그집은 냄새가 지독했어요. 고양이 화장실과 족발집 주방이 같이 있었거든요. 아니 그래서 감자를 데리고 우리집에 왔는데도 그 냄새가 오래도록 털에 베어 있는 것입니다. 애기라 집에 오고 며칠 있다가 목 욕 시켰거든요. 근데 감자 배에 코를 푹 박고 냄새를 킁킁 거리면 아련하게 그집 냄새가 났어요. 이젠 시간이 꽤 지 나서 향이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때 기억은 생생하게 남거든요.

 

 안내서가 그래요. 안내서 그냥 들고 있으면 냄새가 안나는데, 코를 박고 냄새를 킁킁 맡으면 살충제에서 썩은 냄새 가 나요. 근데 그렇게 싫지 않아요. 재밌어요. 다만 적절한 타이밍에 내가 개봉하지 못한것이 아쉬울뿐… 우리 나 중에 또 만나서 프로젝트 이야기 하면서 깔깔깔, 제가 코 찌르르 이야기 해드릴게요. 그동안 건강하고 편안하길…

<산합리3>, 김근정, 금융단지, 텍스트, 사운드,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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