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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단지 냄새]

김의선

코가 예민한 탓에 냄새를 담은 택배 상자를 열기 전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향기롭다기 보다는 코속(정확히는 부비동)에 냄새들이 착색된다 느껴졌다.

미리 공지받은 살충제나 담배 냄새때문에 이렇게 느끼는 건가 살짝 겁이 났다.

 

넥타이부터 코를 가까이 하는데 딱 지하철에서 만나면 나는 도망갔을 냄새다.

딱 신도림역 언저리에서 느낄 냄새

같이 지하철 탔으면 나는 속으로 엄청 욕을 했을거다.

차라리 씻던가 옷을 자주 갈아입던가

 

살충제는 축축한 하수구 같았다. 

나무가 습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데 별로였다.

어디서 온 나뭇가지인지는 몰라도 속이 메스꺼웠다.

 

차라리 담배냄새와 믹스커피는 향기롭게 느껴졌다.

사실 믹스커피 마시고 뒷맛이 딱 담배냄새인데 어느 커다란 식당가면 있을 법한

커피 자판기에 튄 커피 방울들...그것들이 찌든 냄새 엇 비슷했다.

(신발장에 위치해서 커피향이 먼저인지 발냄새, 구두 가죽냄새가 먼저인지 모를)

생각보다 이게 역한데 아마 믹스커피에 우유 비슷한 것이 들어가서 그런것 같다.

 

유리병 안에는 아무것도 안 담겨있어서 정말 어떠한 기체가 담겨있나 싶었다.

기분탓인지 뿌옇게 보이기도 했다.

유리병에 담겨서 그런지 유리 세정제 냄새가 난다.

뽀독뽀독하고 이상한 막이 씌여질 것만 같은 냄새

 

아직도 장갑을 꼈음에도 내가 만진 냄새들이

비누로 손을 씻었는데도

남아있다.

솔직히 이럴줄 어렴풋이 짐작했다.

그 신도림역에서 향수 잔뜩 뿌린 사람과 함께 지하철을 타면

하루 종일 내 몸에 냄새가 옮붙었던 것을 기억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출퇴근 시간은 절대절대 피해서 지하철을 타지 않을까 싶다.

<금융단지 후기>, 김의선, 텍스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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