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 냄새]
유서라
'냄새 배달 서비스'
이름부터 향수가 풍겼다.
내게 영등포란, 서울이란. (현재는 광주에 거주한다.)
내가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몇 번씩이고 그들을 만나러 갔을 곳.
그 곳의 향을 배달받았다.
*
우리 어릴 때 탔던 철봉. 그래, 딱 그 향이다.
원두의 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래서 그런건지, 철 조각의 향이 강한건지.
쾌쾌한 향이다.
어묵을 먹을 때 향을 맡아본 적이 있었나.
그저 비릿한 냄새일거라 생각했는데.
은행향을 좋아한다. 아니, 은행을 좋아한다.
똥냄새말고 볶은 은행의 냄새. 볶은 은행.
맛있다. 아는 맛이어서인지 향도 참 맛있다.
코 끝을 찌른다. 코 속 깊은 곳까지. 훅.
향보단 색감이 인상적이다.
이름이 폐수만 아니었다면, 좋아했을 수도.
봉투를 오픈하기 전 이상한 촉감을 느꼈다.
괜히 맞히고 싶은 욕구가 들어 한참을 만지작 거렸다.
찰흙같기도 한게 더 몰캉거린다.
이건 향보다 색감보다 촉감이 인상적이다.
선호하지 않는 약간 시큼한 향이었는데 그저 재미있기만 했다.
한참을 가지고 놀았다.
<민트색>, 유서라, 강변, 텍스트, 이미지, 2020
내게 이번 '강변'의 향을 채색하라고 한다면
채도낮은 민트색을 칠하겠다.
맑지도 밝지도 않지만 희망적인 그런 색.
내게 영등포란 그런 색이다.
<민트색>, 유서라, 강변, 색상 팔레트 이미지,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