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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단지 냄새]

"요즘 애들은 너무 열심히 안해 조금만 힘들어도 픽 하고 쓰러지고 포기나하고 말이야..."

"출근길 올림픽대로 보다, 내 사무실 네모 공간보다 더 꽉 막힌 당신과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아버지가 어제 내게 했던 말이다. 내가 주는 용돈이 시원찮으셨나보다. 저런 말에 상처 받지는 않는다. 맘에 안드는 일이 생기시면 종종 저렇게 얘기하고는 하신다.
출근하며 어제 아버지의 말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아무래도 내가 과민반응을 하여 말을 심하게 내뱉었던 것 같다.
그의 말 대로 내가 열심히 안해서 이 나이에 차도 없이 출근하는 걸까. 회사에서 그딴 대접을 받으며 입에 풀칠 하는 걸까. 빠져봤자 쓸데없고 우울하기만 한 생각들을 하다보니 어느새 도착했다. 가볍게 인사팀 직원과 인사하고 11층 내 사무실에 도착했다. 앞에서 커피를 사오느라 4분 정도 늦었다. 아니 이 빽빽한 책상 숲이 보기 싫어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왔다. 의자에 앉자마자 엉덩이가 배겼다. 차라리 서있고 싶었다. 푹신한 의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번도 어른인적 없었던 친구가 내게 하는 충고는 본인처럼 거칠게 날뛰어서 내게 전혀 와닿지 않았다.


 앉아 있으면 등 살이 튀어나왔고 옆구리 살이 흘러나왔다.
내 우울도 같이 흘러나왔다.
뽑아봤자 니코틴 카페인 알코올 밖에 안나올
핏줄에 행복을 꼽고 투여해
수명이 닳는지도 모르고 종이만 넘기는 인생에서 볼펜 끝으로 흰 바다를 유영해. 검은색 작은 글씨들을 피해 항해를 계속해. 해방되지 못한다면 이렇게라도 해야 해.

<금융단지>, 익명, 금융단지, 텍스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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