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냄새]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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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붙이의 냄새는
어릴 적 내가 다른 아이들만큼 잘 하지 못해,학교 운동장에서 해가 지도록 몇시간이고 연습했던 철봉 건너가기를 하던 그 날을 떠올리게 했다.
그땐 그런 단순한 움직임에도 온 마음과 열정을 쏟아 부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놓고 싶은 것들은 놓지 못하고, 놓아야 할 것들은 집착하게 된다.
금불초와 맥문동은 엄마와 집을 떠올리게 한다.
요즈은 엄마가 한달 동안 집을 비워 나 혼자 요리 등 가사 일을 하고 있는데, 매일 엄마가 끓이고, 식혀서 냉장고에 채워넣던 맥문동 등의 차가 내 일상을 어떻게 지켜주고 있었는지, 새삼스럽다.
피순대는 가장 강렬한 향이었는데,
최근에 시장 근처로 이사오면서 - 매일 식사 시간 무렵이 되면 바로 근처에 있는 순대국집의 냄새를 맡고 있다.
배고플 땐 맛있게 느껴지는 향이 매일의 침실 방 창문을 열어 들어올 때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향이 묻은 손수건은 이태원의 빈티지샵을 떠울리게 했다.
눅눅함, 꿉꿉함, 손 때 묻은 옷들...
잠시동안 서로 다른 4곳의 세계로 날 인도해준 오브제들에게 감사한다.

<냄새배달 서비스 은행나무 편>, 바다, 은행나무 , 사진, 텍스트, 2020